타인을 설득을 하는 방법
아킬레스를 인정하지 않는 거북이
‘거북이가 아킬레스에게 말했던 것’에서 아킬레스는 거북이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기고 나서 경주를 한 직후에 벌어지는 논쟁에서까지 이기려고 합니다. 이 논쟁에서 아킬레스는 논리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설득하지만 거북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사실 거북이도 아킬레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는 것이 싫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 전건긍정법은 누구나 처음 듣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두 번째로 저 같아도 저의 등위에서 쉬면서 잘난 척까지 하면 정말로 인정하기 싫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거북이를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할까요?
거북이에게 대화하는 방식
제가 아킬레스라면 ‘그래 너 말이 맞네. 신기하다.’ 라는 식으로 말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거북이가 듣고 싶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잘잘못을 가리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논쟁을 할 필요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논쟁이 아닌 대화라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논리적 표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득을 위하여 - 상대방의 마음 읽기
그렇지만 설득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논의 역설’에 대한 정말로 진지한 토의를 하는 자리라면 러셀의 『나의 철학적 발전』 혹은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 등을 인용해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설득하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보다 논리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순간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설득을 위하여 - 역린을 건드리지 말 것
왜냐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해 역린을 건드린다면 절대 설득을 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게르마늄 팔찌 같은 유사과학 물품을 산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런 거 사지 좀 마요. 이거 사기예요. 사기’라는 식으로 설득하려고 하면 절대 설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할머니에게 이 명제는, 자기 자신이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라는 것으로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할머니의 마음을 정말 잘 읽어서 할머니가 기분이 좋을 때, ‘할머니 이거 뉴스에서 봤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해요.’ 라고 해야 설득할 수 있는 희박한 확률이라도 생길 것입니다.
설득을 위하여 - 상황 파악
그렇지만 역린을 건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설득이 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거북이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논문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설득한다면 정말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아킬레스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거북이가 이를 알고 있었다면 거북이가 아킬레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너는 논리학도 잘 아는구나’ 고 말했을 수도 있겠죠.
혹은 아킬레스가 논리학 교수이고 거북이가 학생이었다면 거북이가 기분이 나쁠지라도 ‘네. 그렇네요’ 라고 대답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북이가 우등생이고 아킬레스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면 거북이의 자존심 때문에 ‘공부도 못하는 게… ’ 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설득을 위하여 - 비논리적
그리고 설득이 꼭 논리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전화가 와서 자기의 친구와 다툰 것을 이야기할 때, 제가 한 것은 여자친구의 편을 들어준 것 밖에 없는데, 실컷 이야기하고는 ‘아니야.. 사실 내가 잘못한 거야’ 라고 한 적이 많습니다. 통화를 하며 저도 여자친구가 잘못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단 한마디도 논리적으로 한 적이 없고 편들어주는 것만 하였는데 설득이 되었습니다. 만약에 논리적으로 ‘아니야 이런 부분은 너가 잘못한 거야’ 라고 말했다면 여자친구와 크게 다투었을 것입니다.
설득을 위하여 - 침묵
게다가 적절한 침묵도 효율적인 설득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젊은 여인에게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삶을 살아가라며, ‘슬퍼한다고 아이는 않는다’와 같이 참인 명제로 설득하려고 해도 슬픔만 가중시킬 뿐 설득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아이를 더 많이 떠나보낸 아주머니가 침묵하며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많은 위로를 주고, 남은 삶을 살아 가는데 힘이 될 것입니다.
설득의 필요조건: 상대방의 마음 읽기
결론적으로 설득이란 굉장히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때나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설득에 논리학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나의 비판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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